러브레터 감상
'러브레터'는 일본 감독 이와이 슌지의 대표작으로, 감성적인 스토리와 아름다운 영상미로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영화는 사랑과 추억, 상실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주인공의 내면을 자연과 함께 섬세하게 연출됩니다.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 개봉했을 때, 한국과 일본은 오랫동안 문화가 차단되어 있었고, 일본 가요와 영화는 공식적으로 개방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대표적으로 러브레터가 극장에서 개봉하며 서서히 일본의 엔터문화가 개방되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미 개봉된 지 한참 된 옛날 영화였음에도 히트를 치며 유명한 명대사 ‘오겡끼데스카’는 유행어로도 한참을 오르락 거리기도 했습니다.
히로코는 오래전에 사망한 약혼자 후지이 이츠키의 졸업앨범 속에서 옛 주소를 발견하게 되고 그 주소로 편지를 보내게 됩니다. 히로코는 이미 개발로 없어진 주소였던 그곳에 죽은 약혼자를 그리며 받지 못할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 편지는 의외의 인물에게 가게 되는데 동명의 여자 이츠키 입니다. 그 우연을 계기로 히로코와 이츠키는 편지를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과거의 인연을 회상하는 스토리가 펼쳐집니다.
영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며, 인물들이 각기 다른 시점에서 사랑의 의미를 재정의합니다. '편지'라는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캐릭터들의 내면을 표현하고, 이를 통해 감정의 순수함을 강조합니다. 여기에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배경음악은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한층 더 깊이 있게 만듭니다.
'러브레터'는 단순히 과거의 사랑을 회상하는 이야기로 보일 수 있지만, 사랑을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으로 그리며, 서사적 구조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이 영화는 상실과 추억을 품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츠키가 사랑한 사람은?
지금부터는 매우 주관적인 저의 평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궁금했던것 중 하나로, 남자 이츠키가 사랑한 사람은 약혼녀였던 히로코였는지 아니면 첫사랑 소녀인 이츠키였나 하는 것입니다.
저도 영화를 보는 내내 헷갈렸습니다. 1인 2역을 하는 배우가 스타일이 똑같아서 구분이 힘든 중에 도대체 이츠키가 사랑한 사람은 누구인가 하는 것이 계속 헷갈렸기 때문입니다.
저만의 판단으로는 남자 이츠키가 사랑한 사람은 여자 이츠키였고, 히로코는 이루지못한 사랑에 대한 희망이 아니었나입니다.
영화 속에서 히로코도 내내 의문을 품습니다. 그 여자와 닮았는지, 그리고 그 여자의 편지에서 약혼자를 추억해 보지만, 소년 이츠키는 소녀 이츠키를 매우 짝사랑했다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인물들은 이츠키가 사랑한 것은 히로코라고 해주며, 여자 이츠키와는 닮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관객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히로코와 이츠키를 보게 되니 설득이 되지 않습니다. 히로코는 마음의 결론을 내리고 눈이 가득한 자연 속에서 ‘오겡끼데스카’를 외치며 그를 훌훌 털어냈다고 봅니다. 그렇게 약혼자의 추억을 묻어 버리고, 새 연인과 미래를 그려나갑니다.
이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배신감에 약혼자의 친구와 새로운 만남을 시작해 버리는 여자의 통쾌한 복수로 해석해 버리는 것은 열린 결말에 대한 관객의 몫인 거 같습니다.
영화 속 편지의 의미
영화는 1990년대를 배경이나 유년시절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시기는, 1980년대나 1970년대 즈음으로 편지라는 아날로그적 소통 방식을 통해 과거의 감정을 되살리는 방식이 등장합니다. 편지는 아날로그 시대의 특징으로,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기 전의 소통 방식을 상징합니다. 이는 그 시절의 편지와 필름 사진이 가지는 개인적인 감동을 강조하는 요소로, 현대의 디지털 시대와 대조를 이루며 감정의 깊이를 더합니다.
이 영화는 인간의 감정과 기억을 다루며 개인적인 감정선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아날로그적 감성을 담은 ‘편지’라는 매개체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서로 얽히고, 사람들은 서로의 감정을 알아가며 각자가 처한 문제에 대해 치유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히로코는 과거의 사랑을 잊고 새 삶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에서 어떻게 관계를 정리하고, 만들어 나갈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고, 이츠키는 가족 간의 소통에서 생기는 문제와 과거사에서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과 상황에 맞딱들이게 됩니다. 이는 편지를 통해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계속 보이게 되는 감정선입니다. 그러면서 히로코와 이츠키가 편지를 통해 교감하는 장면에서는 시간이 흐르더라도 사랑이 남길 수 있는 흔적에 대한 깊은 성찰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의 주요 소재 중 하나였던 겨울의 눈처럼, 추억은 조용히 내려 쌓여있을 테고, 서서히 녹아 봄처럼 따뜻한 기억을 되새겨줄 시간이 되어 줄 것입니다.